- 웹툰윗미
- 2025.12.26
웹툰윗미톡 Ep.10 | 아낌없이 주는 이야기꾼
“요즘 웹툰 뭐 봐?”
이 짧은 질문은 단순한 추천을 넘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웹툰을 좋아하는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요?
다양한 웹툰 보는 이야기에 함께 빠져보세요!
비슷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인터뷰 아래에서 인터뷰이의 추천 웹툰을 볼 수 있어요!
올해의 웹툰윗미톡 마무리는 특별하게 하고 싶었어요.
이제까지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웹툰을 너무 좋아해 직접 만들기까지 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Ho9 작가님이 잔뜩 내어준 웹툰 이야기, 함께 빠져볼까요?
Q. 작가님 반갑습니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필명을 가지셨어요.
안녕하세요! 네이버웹툰에서 <요리GO>와 <별난식당>을 연재했던 Ho9입니다.
대학교 때부터 별명이 '호구'였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퍼주고 도와주는 걸 좋아했어요.
웹툰 작가로서 필명을 지을 때도 고민 없이 이 이름을 택하게 됐어요.
아낌없이 모든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다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정말 아낌없이 다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Q.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제가 어쩌다보니 요리 만화를 오래 그리게 됐는데요 (웃음)
사실 저는 요리도 되게 이타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먹을 음식을 정성껏 만드는 것이니까요.
요리에 꼭 국한된 것은 아니에요.
제가 어렸을 때 만화를 보면서 위로받고, 그 세계에 빠져들어서 하지 못할 경험을 해보고, 내 인생을 돌아보고 했던 것들을 제 작품을 보는 독자들도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희망을 갖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게 제일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Q. 확실히 스릴러는 안 되겠군요(웃음) 그러고 보니 요리 만화를 주로 그리셨어요.
웹툰에 나오는 요리들은 실제로 다 직접 요리해보신 적이 있나요?
네, 맞아요. 요리 만화에 나오는 레시피나 조리 과정은 다 제가 직접 요리해 봤던 것들입니다.
조리고등학교에서 요리를 전공했었기 때문에 요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있는 것이 웹툰 작업에 도움이 됐죠.
신기하게도 오히려 제가 요리사 출신으로서 가지고 있는 '이래야 한다'는 틀이나 규칙을 만화에 적용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 되기도 했어요.
만화는 자유롭게 상상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제 경험이 오히려 상상력을 막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잖아"라고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거든요.
결국 현실에서 구현 불가능한 요리는 아예 나오지도 않고, 제가 직접 요리한 것들만 담을 수 있더라고요.
Q. 그럼 작가님이 가장 애착이 가거나, 혹은 가장 공들여 만든 에피소드 속 요리는 무엇인가요?
<별난식당>에 나오는 손만두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 깊고 애착이 가요.
독고남이라는 할아버지는 선생님을 했던 분인데 아내와 사별하고 세대 갈등 때문에 자식들과는 인연을 끊고 살아요.
그러다 주인공 한별이 그 할아버지에게 죽은 아내가 만들어준 손만두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서 만들어주게 되죠.
그 만두를 먹으면서 서로의 사랑을 느끼며 갈등을 해결하는 내용이에요.
만두피부터 속까지 다 직접 만들어야 하는 손만두는 사랑 없이는 만들 수가 없는 음식이에요.
저도 어릴 때 맛이 없다고 투덜댔던 시골 외할머니의 손만두가,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니 그 맛을 다시는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 만두에는 모두가 모여 만든 사랑이 계속 남아 있는 것이죠.
Q. 기억에 남는 댓글도 있으세요?
이것도 <별난식당>인데요ㅎㅎ 2화 ‘추억의 돈까스’편에 달렸던 댓글이에요.
대기업 회장님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줬던 돈가스를 떠올리며 위로받는 이야기였죠.
그때 달린 댓글 중에서 저보다 글을 더 잘 쓰신 독자분이 계셨어요. 딱 제가 생각했던 감정 그대로 적어주셨더라고요.
그 댓글을 보면서 웹툰이 참 신기한 게, 우리가 지금 여기 있지만 웹툰을 보는 순간에는 과거로도 갈 수 있고 다른 세계로도 갈 수 있다고 느꼈어요.
독자분도 제 만화를 통해 자신이 겪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거겠죠. 정말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목적지가 있으면 헤매지 않아요
Q.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공간이 너무 예쁘고 음식도 정성스러워요.
두 가지 일을 모두 하려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작가님의 하루 작업 루틴은 어떻게 되세요?
사실 예전에는 일을 병행하면서 몸이 정말 힘들었어요.
마감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노동력을 총동원해서 마감 1초 전에 원고를 보낼 정도로 일했어요. 두 가지 일을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죠.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루틴을 만들고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딱 주 5일, 하루 8시간 정도로 작업 시간을 정해 놓았어요.
그 이상은 체력이 버텨주지 못하기 때문에 정해진 근무 시간 안에 딱 터트리고 끝내죠.
그런데 이렇게 규칙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많이 돼요.
밤낮을 바꿔가며 작업하는 것보다 루틴에 맞게 일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롱런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중요한 건 일과 저 자신을 객관화해서 분리시키는 거예요.
일과 제가 하나가 되는 순간 멘탈이 깨지기 쉽거든요. 제 작품을 남 보듯이 봐야 멘탈을 지킬 수 있죠.
Q. 특히 혼자 일하려면 루틴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을 오랜 기간 동안 연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텐데요.
제가 꾸준히 연재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결말이에요.
저는 결말을 보기 위해 만화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 마지막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달려가죠.
결말이 내비게이션의 목적지 같다고 생각해요.
사실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한 주 정도 길을 잘못 들거나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괜찮아, 목적지 찍어놨으니 계속 가야해’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버티는 거죠.
목적지가 없으면 길을 잘못 들 때마다 헤매게 되지만 목적지가 있으면 그게 돼요.
특히 최종 결말 외에도 10화 정도의 짧은 목표를 꼭짓점처럼 하나하나 정해놓고 달려가요.
제 안에서는 그렇게 짧은 목표들을 몇 개 치는 과정이기 때문에 연재가 길어도 버겁다고 느껴지진 않았어요.
Q. 그렇게 인내심을 갖고 긴 주행을 하게 만드는 웹툰이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일까요?
웹툰은 단순한 '직업'을 넘어 '입(口)'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야기꾼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처음에는 입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구전이었고, 글이 생기면서 책이나 소설이 되었죠.
그림을 그리면서 만화가 되었고 영상과 소리가 더해져 영화나 드라마가 되기도 하고요.
그 모든 본질은 결국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하는 것인데, 웹툰은 저에게 그 구전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것처럼 제 이야기를 가장 잘 전해줄 수 있는 매체예요.
그래서 웹툰은 저에게 너무나도 세상에서 제일 잘 맞고, 제일 효율적이고, 제일 감사한 일이죠.
Q. 작가님이 이야기꾼으로서 앞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청춘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평소에도 계속 이야기가 떠오르는 편인데요. 어느 날 갑자기 음악을 배운 적도 없는데 멜로디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때마다 녹음을 해서 음악까지 만들게 됐어요. 제가 노래까지 부르게 되었고요(웃음)
이렇게 모이다 보니 이걸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구상을 하게 됐어요.
강연을 하면서 요즘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꿈이 없대요.
그런데 자세히 얘기해 보면 분명히 다 꿈이 있거든요. 그런 게 안타깝더라고요.
제 만화로 사람들에게 잊고 지내는 꿈을 다시 일깨워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얼른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Ho9 작가의 추천 웹툰
[1] 킬러 배드로
comment: 연재 중에는 웹툰을 어쩔 수 없이 분석하면서 보게 되어서 잘 보지 않다가 요즘 다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액션 장르를 워낙 좋아하는데 전설의 노인 킬러가 회춘한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추천합니다.
[2] 죽여주는 변호사
comment: <킬러 배드로>와 세계관을 공유해서 함께 보면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져요.
작품 퀄리티가 정말 뛰어나요. 이렇게 코믹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유머 요소도 있고요.
[3] 파도를 찾아라!
comment: 어쩌다 보니 김정현 작가님 특집이 되었네요(웃음) 사실 김정현 작가님이 제 스승님이기도 하고 존경하는 분이에요!
제가 웹툰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화와 스토리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 늘 배운다는 마음으로 복습하게 되는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