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윗미
- 2025.10.02
웹툰윗미톡 Ep.4 | 컷과 컷 사이를 읽는 사람들
“요즘 웹툰 뭐 봐?”
이 짧은 질문은 단순한 추천을 넘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웹툰을 좋아하는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요?
다양한 웹툰 보는 이야기에 함께 빠져보세요!
비슷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인터뷰 아래에서 인터뷰이의 추천 웹툰을 볼 수 있어요!
일상과는 다른 의미를 주는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
독서모임 커뮤니티 ‘대화상점’에서는 모두가 다같이 둘러앉아 이야기의 행간을 읽고 채웁니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질문과 고민을 나누는 모임인 만큼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있는데요.
심지어 웹툰을 작품 큐레이션에 포함한 모임이 있다고요?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대화상점'에서 세 명의 독서 모임 리더를 만났습니다.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른 이유로 웹툰을 선택해 독서 모임을 진행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Q. 반갑습니다. 왼쪽부터 한분씩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웹툰으로 도피해: 안녕하세요. 8년 동안 꾸준히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직장인 '웹툰으로 도피해'입니다. 출퇴근길이나 일하다가 머리를 식힐 때 ‘합법적 딴짓’으로 웹툰만한 게 없잖아요? (웃음) 웹툰을 통해 늘 소소한 도피를 즐기기 때문에 ‘웹툰으로 도피해’로 지어봤어요 ㅎㅎ
돌고돌아정주행: 저는 10년째 '대화상점'이라는 공간과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인데요.
그 어떤 웹툰을 봐도 결국 돌고 돌아 <쿠베라>, <나이트런>을 며칠이고 정주행하는 습관이 있어서 제 닉네임으로 정해봤네요.
컷사이여백: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컷사이여백'입니다.
닉네임은 웹툰의 컷과 컷 사이 빈 공간처럼 일상 속 숨은 의미를 발견한다는 의미에서 생각해봤어요.
반복되는 삶에 권태를 느낄 때, 일상의 예술화를 통해 극복하자는 저의 모토와 잘 맞기도 하고요.
Q. 그럼 이번에는 각자 독서 모임에서 어떤 웹툰을 다루셨는지 소개해주세요!
웹툰으로 도피해: 제 모임에서는 <데이빗>을 다뤘습니다.
대학시절 법학을 전공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자주 고민했는데, 이 작품이 그 메시지를 깊게 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가오는 AI 시대에 인간의 위치는 어디일지 이야기해보고 싶어 선정했습니다.
Q. <데이빗>을 읽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이라고 적어주셨던데요,
모임을 통해 '웹툰으로 도피해'님이 떠올린 답은 무엇인가요?
웹툰으로 도피해: '질문'이었어요. 외모, 지능, 도덕성, 감정 등 데이빗에는 '인간'이라는 종의 여러 특징이 나오죠.
다른 요소들도 인간을 정의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데이빗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가장 인간답다고 느꼈던거 같아요.
제가 질문없이 주어진 삶만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제 삶이 인간다운 삶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유독 엔딩이 좋았던거 같아요.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것들을 향해 다시 한 번 나아가는 엔딩이었다고 생각해요.
데이빗은 또 그렇게 어딘가에서 질문을 하며 살아가고 있겠죠?
Q. ‘돌고돌아정주행’님은 어떠셨어요? 대화상점의 대표님이셔서 매우 기대했습니다!!
돌고돌아정주행: 네, 제가 리더로 있는 모임의 이름은 ‘투머치 토커’인데요.
대화상점의 모든 클럽은 리더가 직접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이름 따라 간다고 정말 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2시간짜리 독서모임이 두 배로 연장될 때도 있죠 (웃음).
책을 고를 때 대화가 많이 나올만한것을 고르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모임을 진행했어요.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았고, 책으로도 나와 있어 웹툰이 낯선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사실 부동산이 요즘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이날의 모임도 대화가 엄청났습니다.
Q. 작품이 직장과 행복에 대해 다루고 있잖아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된 사람으로서 일의 의미란 뭔가요?
돌고돌아정주행: 주호민 작가의 <무한동력>에서 나온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아니면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가 생각이 나는데요.(웃음)
일로 밥도 먹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어서 제가 좋아하는 독서모임을 업으로 삼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의 의미와 목표가 삶의 의미와 목표와 동일해져버렸네요.
결국 제 일이자 삶의 목표는 좋아하는 이 일을 지속가능하게 오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가 계속 행복할 수 있게요.
Q.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컷사이여백’님의 모임을 소개해주세요.
컷사이여백: 저도 콘텐츠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 생각을 넓히는 것에 흥미를 느껴 독서 모임을 하고 있어요.
독서모임은 시즌제로 운영되는데요. 시즌마다 4개의 작품을 읽어요.
이번 시즌 모임의 주제는 ‘호혜적 사랑’이고, 최규석 작가의 <송곳>도 그 키워드에서 선택한 작품이에요.
작품에 나타난, 아무런 목적 없이 서로 돕는 관계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Q. 어떻게 ‘호혜적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되셨어요?
컷사이여백: 사실 〈송곳〉을 통해 ‘호혜적 사랑’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작품 속에서 노조가 약자를 지키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는 모습이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거든요.
실제로 회사에서도 노조 활동으로 불이익을 당했던 동료가 떠오르는데, 그는 개인보다는 청소 미화원이라는 약자의 권리를 위해 행동하더라고요.
그분을 보며 호혜적 사랑이란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서로를 지켜내는 연대라는 걸 느꼈어요.
결국 함께 사는 세상에서 서로의 권리와 존엄을 지켜주는 태도가 있어야 진정한 공존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것에 대해 다같이 얘기 나누고 싶었어요.
칸 속에 숨쉬는 감정
Q. 독서 모임에서 책이 아닌 웹툰을 다루는 경험은 어땠나요? 책과는 다른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돌고돌아정주행: 웹툰은 '공감'이 아주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아요.
책을 다룰 때는 비교적 냉철하게 분석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는데, 웹툰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공감했는지'가 대화의 중심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김 부장 이야기>를 읽고는 다양한 세대의 등장인물 중 누구에게 몰입했는지, 그 인물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웹툰으로 도피해: 저희 모임도 비슷했어요. 아무래도 웹툰은 그림으로 감정이 표현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돼지의 외양을 갖고 있지만 인간처럼 이성적인 사고나 말을 하는 데이빗의 모습이 줄글로만 묘사되었다면 이렇게 마음이 쓰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눈으로 직접 외형이 보이니까 데이빗이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이야기도 풍부하게 다가왔어요.
컷사이여백: 책은 한 문장을 보고도 각자 다른 모습을 상상하지만, 웹툰은 이미 정해진 그림이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생각을 나누기보다, 자연스럽게 한 장면에서 캐릭터에 각자 어떤 감정을 대입했는지 이야기하게 되는 점이 색달랐어요.
캐릭터를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었달까요?
취향을 담은 이야기
Q. 평소 책은 어떤 장르를 좋아하세요?
컷사이여백: 프랑스 소설, 장르로는 로맨스를 좋아합니다. 사랑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생각을 해서요.
연인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랑을 탐색하는 것을 좋아해요. 호혜적 사랑도 사실 사랑의 한 형태인 것처럼요.
웹툰으로 도피해: 저는 스릴러와 SF 소설을 좋아해요.
상상을 하거나 답을 낼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데이빗>도 독특한 소재여서 좋았어요.
돌고돌아정주행: 저는 사실 소설보다는 비문학, 특히 사회학이나 철학 같은 계열을 좋아하는데요.
생각을 하고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주제를 좋아해요.
<유미의 세포>를 읽을 때에는 친구들과 유미의 선택에 대해서 엄청 논쟁도 했습니다(웃음)
그러고보니 다들 평소의 텍스트 취향과 모임 작품으로 선정한 웹툰의 결이 은근 비슷하네요.
Q. 그렇다면 여러분의 삶이 웹툰이 된다면 소설 장르 취향이 반영될지 궁금한데요! 제목도 함께 지어주세요.
웹툰으로 도피해: 최근에 독립하게 되면서 <독립일기>를 읽으니 공감의 깊이가 달라졌는데요 (웃음)
제 삶의 소소한 일상에 유머를 담은 시트콤으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분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제 삶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제목도 제 이름에서 차용하여 <지구에 떨어져, 혜성>으로 하겠습니다!
컷사이여백: 성장 서사가 있는 멜로물이요.
요즘 제가 정말 좋은 인연은 평생에 몇 번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놓치면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경험담입니다. (웃음)
모든 연애는 대상이 다른 첫 연애이기 때문에 제목은 <누구나 처음>이 좋을 것 같아요.
누구나 마주하는 연애에서의 시행착오를 위트 있게 담으면서 점차 성장하는 거죠.
굳이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과 만남을 돌아보고 싶은 나이 든 분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돌고돌아정주행: 저는 밝고 유쾌한 걸 좋아해서요. 로맨스 코미디인데 제목부터 <이게 안 되네>면 웃기지 않을까요?
물론 마지막은 “이게 되네!”로 끝나야겠죠.
연애든 일이든, 수많은 도전에 실패하던 주인공이 결국 인간적인 성숙을 통해 결실을 보는 거죠.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이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보며 위로와 카타르시스를 얻는 작품이고 싶습니다.
Q. 여러분은 텍스트의 매력에 푹 빠져 계신 분들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을 보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웹툰으로 도피해: 즐거운 현실 도피가 가능하다는 점.
언제 어디서든 창을 켜면 웹툰이 펼쳐지고, 읽던 곳으로 돌아가 바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돌고돌아정주행: 몰입감도 엄청나죠.
가끔 현실이 힘들 때 비현실적인 판타지 세계관에 빠져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거든요.
또 수백 편에 달하는 장편을 정주행하다 보면 하루 종일 다른 세계에 빠져 있는 듯한,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차원의 몰입을 경험할 수 있고요.
컷사이여백: 줄글로만 이뤄진 소설과 달리 웹툰은 그림과 연출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해주는 게 입체적이잖아요.
제 상상력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웹툰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웹툰도 이렇게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사실!
대화상점에서 열린 세 개의 독서 모임에서 웹툰을 통해 오간 다양한 대화를 들으니 참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일상에 웹툰 얘기가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뭔가 심심하고 따분하다면, 먼저 말 걸어보는 거 어떠세요?
“요즘 웹툰 뭐 봐?”
잠깐!
이번 인터뷰를 읽으며 나도 웹툰으로 수다 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대화상점의 모임에 참여해 보세요!
함께 하기에 더 의미 있는 감상을 나눌 수 있어요.
추천 웹툰
[1] 어서오세요.305호에
돌고돌아정주행's comment: 제 인생 웹툰입니다. LGBT를 소재로 한 웹툰인데 소재를 섬세하게 잘 다뤘어요.
무엇보다 제가 여태까지 봤던 모든 웹툰중에 제일 웃긴 작품인것 같아요.
세심한 유머를 배치하여 작품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주 세련된 작품이에요.
[2] 자까 <00일기 시리즈>
웹툰으로 도피해's comment: 바람 솔솔부는 대청마루에서 수박 한 입하며 보고싶은 웹툰이랄까? 일상생활이 주제라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옴니버스 형식이라 도피하기에도 제격이고요. 대학부터 육아까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날들에 위트를 섞은 웹툰이라 공감과 재미 모두 잡았습니다. 특히, 저는 작화를 좋아해서 카톡 이모티콘도 한껏 구매해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어요!
[3] 별이삼샵
컷사이여백's comment: 발신자 제한 번호로 연락했던 2000년대의 추억이 담겨있어요. 그때 느꼈던 간절하고 진솔한 감정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특히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