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윗미
- 2025.08.21
웹툰윗미톡 Ep.1 | 상위 0.06% 독자가 웹툰 보는 법
“요즘 웹툰 뭐 봐?”
이 짧은 질문은 단순한 추천을 넘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웹툰을 좋아하는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요?
다양한 웹툰 보는 이야기에 함께 빠져보세요!
비슷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인터뷰 아래에서 인터뷰이의 추천 웹툰을 볼 수 있어요!
첫 번째 웹툰윗미톡 인터뷰를 고민하던 어느 날, 에디터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글을 발견합니다.
웹툰 독자계의 0.1%, 평범한 워킹맘인 내가 웹툰 판에서는 SSS급 독자?
첫 문장 역시 놀라웠는데요.
그렇다. 나는 네이버웹툰계의 상위 0.1% 독자이다.
연말마다 발간하는 네이버웹툰의 ‘웹툰 리포트’에서 사람들은 한 해 동안 자신의 웹툰 활동을 돌아볼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그 리포트에서 "네이버웹툰 독자 중 상위 0.1%"이라는 성적을 받은 것이죠.
23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간 256개의 작품의 10,400회차를 열람한 독자. 이 분의 일상에 녹아든 웹툰 이야기는 얼마나 다양할지. 웹툰윗미톡의 첫 번째 손님으로 이보다 적절한 분이 있을까요? 떨리는 마음으로 연락이 닿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카페에서 '정주행만 N번째'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0.1%가 아니라 0.06%
Q. 상위 0.1% 독자를 만난 건 처음이에요.
안녕하세요. '정주행만 N번째'입니다.
그냥 웹툰 보는 평범한 워킹맘인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서 저도 신기해요.
Q. 글을 작성하신 게 작년이라서, 0.1%를 달성하신 게 23년도 기록이더라고요. 혹시 24년도 기록도 보셨을까요?
안 그래도 오늘 오기 전에 그동안의 웹툰 리포트를 다시 확인해 봤어요.
작년엔 0.06%였더라고요. 열람한 회차도 1천 개 정도 더 늘었고요.
22년엔 상위 1%, 23년엔 0.1% , 24년엔 0.06%.
계속 순위가 올라가고 있어요. 올해는 어떨는지 모르겠네요. 작년만큼 나오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덤덤하게 보여준 캡쳐본에서 “진짜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3년 동안 3만 화가 넘는 회차를 열람한 기록.
한 화를 보는데 1분이라고 치면, 웹툰을 본 시간만 500시간이 넘습니다.
이쯤 되니 ‘정주행만 N번째’라는 닉네임이 너무 겸손하게 느껴집니다.
정주행만 N번째
Q. 독자 내공이 상당하신데, '정주행만 N번째'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사전 질문지를 보고 어제 남편과 대책 회의를 했어요. 제가 또 파워 J거든요.
처음엔 '나 혼자'나 'SSS급'같이 요즘 유행하는 키워드를 넣어서 작명을 해볼까 했어요.
이번 인터뷰 계기가 브런치에 쓴 글인데, 이 글의 제목도 그런 식으로 작성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저 같은 평범한 독자가 이런 먼치킨 느낌의 단어를 함부로 쓰긴 애매하더라고요.
제가 읽는 패턴을 되새김질해보니 정주행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정주행만 N번째'라고 지어봤죠.
Q. 정정을 하나 하고 싶은데요. 절대 평범하지 않으십니다.
(웃음) 제가 회차로는 많이 봐도, 뭔가 하나를 딥하게 보는 사람은 아니에요.
이쪽 세계는 깊게 파는 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 분들처럼 어떤 내공과 열정이 있진 않은 것 같아서요.
대신 정주행은 정말 많이 해요.
이유가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떡밥이 회수된듯한 느낌의 회차가 나오면 다시 돌아가서 그 떡밥이 나왔던 시점을 확인해야 되거든요.
여기 어디쯤 그 얘기가 있었는데, 하고 찾아보고 나서 발견하면 오케이! 잘 돌아왔네. 이러는 거죠.
요즘은 독자들이 온라인에 그런 떡밥들을 잘 정리해 두기도 하는데 저는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려요.
또 하나는, 다시 볼 때 느낌이 다른 작품들이 많잖아요? 대표적으로 <치즈 인 더 트랩> 같은 것들요.
처음에는 홍설 시점만 보였다가 정주행하면 유정 시점도 보이고. 이런 재미가 있죠.
거기에 동시에 보는 작품들이 많다 보니까 회차가 좀 쌓이면 정주행해 주고,
완결 나서 유료화되기 직전이면 한 번씩 다시 돌려주고,
휴재였다 복귀하는 작품 있으면 정주행 해줘야 하고...
이런 식으로 정주행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남편과 낸 결론이 '정주행만 N번째' 입니다.
발전형 고인물
Q. 어떻게 그런 정주행 습관이 생긴 걸까요?
제가 이쪽 세계에선 나름 고인물인데요, 대여점에서 300원씩 주고 빌려보던 시절부터 만화책을 엄청 좋아했거든요.
지금과 비슷한 패턴으로 만화를 봤던 것 같아요.
만화책을 끝까지 보고 나면 다시 돌려보는 일이 다반사였죠.
그때도 '정주행'을 하고 있었던 셈이에요.
지금 웹툰을 많이 보는 내공도 그때 다져둔 거예요. 만화책을 정말 많이 봤어요.
예전엔 해적판이라고 지금으로 치면 불법 번역 만화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꽃보다 남자>가 <오렌지 보이>로 둔갑해서 꽂혀있었는데 그런 작품들도 봤던 기억이 있고, <윙크>라는 순정만화 잡지도 사 모았어요.
천계영 작가님, 강은영 작가님, 카라 작가님 이런 분들 작품도 정말 좋아했고요.
이렇게 만화를 너무 좋아해서 엄마한테 등짝도 많이 맞았어요.
문제집을 살 때 몰래 만화책을 한 권씩 끼워 넣다가 걸렸거든요.
Q. 웹툰으로 넘어오게 된 건 언제쯤인가요?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넘어왔어요. 웹툰도 초창기부터 봤거든요.
모바일 버전 나오기 전에 PC로 먼저 봤었고, 시간이 흐르고 앱으로 보기 시작하고.
초창기엔 모바일로 보기 힘들었어요. PC에 최적화된 그림을 그대로 옮겨놨던 터라 확대해서 보고 그랬죠.
처음에 웹툰은 장인의 영역인 기존 만화랑 달리 일반인이 쉽게 도전하는 영역 같았어요.
그러다 천계영 작가님, 카라 작가님 이런 분들이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반갑고, 놀랐어요. 그때 시장이 확 넘어왔구나 하고 느낀 것 같아요.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웹툰을 훨씬 많이 보죠.
고인 물이다 보니, 시간 지나가는 걸 이런 것들로 느끼네요.
예전에 즐겨봤던 <일상날개짓> 작가님 아들이 군대 갔다는 소식을 듣거나 할 때처럼요.
어릴 때는 제가 보는 만화책의 작가님들이 마냥 큰 어른 같았는데 지금은 내가 작가님들이랑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구나 싶어요.
<대학일기> 작가님도 <신혼일기>, <육아일기>로 점점 진화해가잖아요. 다음은 뭘까요, 둘째일기? (웃음)
어릴 때의 취향과 취미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입니다. 나이가 들며 취향이 자연스레 변하기도 하고,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하는 우선순위에 취미가 밀리기도 하죠. ‘정주행만 N번째’님 같이 회사를 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에게는 더더욱 ‘해내야 하는’ 일정이 빼곡한 일상일 것입니다.
워킹맘의 웹툰
Q. 정말 바쁘실 텐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웹툰을 볼 수 있나요?
일단 매일, 틈날 때마다 보고요 (웃음)
주로 보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이에요.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만 계산하면 왕복으로 1시간 정도? 그리고 애들 재우고 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보죠.
그렇게 치면 하루에 두 시간 정도 보는 것 같네요.
문제는 보다가 정주행 발동이 걸릴 때예요. 평일에는 자제를 하려고 하는데 너무 재밌어서 발동이 걸릴 때가 있죠.
그러면 새벽까지 보고, 다음날 지옥을 맛보는 거예요.
새벽의 나는 즐거움을 누렸지만 내일의 내가 대신 희생하는 거죠.
사실 어제도 인터뷰 준비한다고 그동안 봤던 것들을 쭉 훑어보다가 발동이 걸려서 새벽 2시 넘어서 잤어요.
그렇게 늦게 자도 애들 등교 시켜야 하니까 7시에는 기상입니다.
또 제가 드라마나 영화도 보지 않거든요.
콘텐츠 보는 건 웹툰밖에 없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Q. 어찌 보면 그동안 '감상'에 집중하신 것 같은데, 브런치에 그런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어떤 큰 굴곡 없이 살아온 진짜 평범한 사람이에요.
학생 때는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공부만 하고, 사회인이 돼서는 일을 하고, 결혼한 후에는 엄마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하루하루 주어진 역할들을, 잘 모르는 채로 평범하게 수행해왔어요.
문득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만의 뭔가를 찾고 싶다는 조급함이 있었죠.
우선 글을 써볼까? 해서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거죠.
워낙 삶이 평범하다 보니까 소재가 고민이 됐죠. 브런치에 글 쓰고 작가하시는 분들 보면 인생이 드라마가 따로 없거든요.
그렇다고 새로운 경험을 해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삶은 아니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애들 밥 주고, 출근해서 일하고, 귀가하고. 이런 삶이 매일 되니까요.
내 인생에 남들과 다른게 뭐가 있을까? 하고 돌아보니 작년에 본 웹툰 연말 리포트가 떠오르더라고요.
이 정도로 만화를, 웹툰을 많이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죠.
Q. 평범하다고 하시지만, 충분히 '정주행만 N번째'님의 특별한 삶을 살고 계신 것 같은데요.
나의 삶과 가장 닮아있는 웹툰 캐릭터는 무엇일까요?
<아홉수 우리들>의 캐릭터들이 떠올랐어요.
이걸 볼 때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나요. 그때 나도 그랬지 하고.
이 친구들의 고민을 여전히 저도 갖고 있거든요.
심지어 이들은 29살이지만 저는 39세가 지났는데도 헤매는 부분이 많아요.
브런치도 일단 취미 하나를 찾기 위해 시작해서 제가 웹툰을 많이 본다는 걸 알리는 글도 쓰게 된 거예요.
<아홉수 우리들>의 친구들은 마지막에는 발전을 하고 화려한 완결을 맞이할 거잖아요? 저도 지금처럼 하나씩 하다 보면 저만의 인생을 잘 만들 수 있겠죠.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다음 일정을 묻자, '아이 피아노 학원 픽업하러 가야 해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범접할 수 없는 프로 독자의 모습에서 비로소 친근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정주행만 N번째'님은 인터뷰에서 자꾸 평범함을 강조하셨지만
그 하루하루를 지키기 위해 '정주행만 N번째'님이 가정과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절대 평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과는 다른 본인만의 진주를 찾고 싶었고, 그중 하나가 웹툰이었던 것이겠죠?
'정주행만 N번째'님의 웹툰 같은 삶을 응원합니다!
'정주행만 N번째'님의 추천 웹툰
[1] 웅크
comment: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툰을 많이 보는데요. 특히 아이 생애 주기에 따른 육아툰이 공감이 많이 되거든요.
읽다 보면 '왜 저희 집에 CCTV 달아놓으셨어요?' 모드가 돼요. 임신했을 때는 <웅크>같은 작품을 추천해요.
엄마가 입덧을 하는 걸 바다에서 고래가 휘젓는 걸로 표현을 해요. 와, 이 작가님은 이렇게 힘들었구나 하고 느끼죠.
[2] 육아일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어린이집 다니는 구나
comment: 아기 때는 <육아일기>나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같은 작품에서 정보도 얻을 수 있고요.
좀 더 크면 <어린이집 다니는 구나>가 있습니다.
선생님의 시선에서 그려지지만, 학부모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추천합니다.
[3] 역대급 영지 설계사, 내가 키운 S급
comment: 출근길 동지들에게는 텐션을 올려주는 웹툰을 추천해요. 출근길에 중요한 건 감성보다 텐션이죠.
요즘 보는 것들 중에서는 <역대급 영지 설계사>를 추천합니다. 시원하게 재밌는 작품이에요.
지금은 휴재 중이지만 <내가 키운 S급들>도 추천합니다!